[논평] 조양호 회장을 추모하며

2016년 4월, ‘2015년도 인하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축하인사를 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

2016년 4월, 인하대학교를 다닌지 꽤 많은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깜짝 게스트라는 이름으로 연설에 나선 그의 졸업 축사에서 한 말이 지금 내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다만 녹음을 수행했다면 해당 기록을 찾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졸업생들에게 새로운 도전, 열정을 강조한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의 이야기를 할 능력이 있을 정도로 그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조양호 회장이 내게 가지고 있는 위치를 평가하기란 참 쉽지 않다. 그는 내가 다닌 인하대학교의 ‘오너’였고, ‘그 분’과의 관계가 있던 없던 간에, 어쨌든 나는 그가 운영하는 재단의 신세를 졌다(이 자리를 통해 정석인하재단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결국에는 한진중공업 – 영도나 필리핀 수빅 조선소 -이나 한진해운이나, 대한항공이나, 거의 모든 사업에서 – 그의 놀라운 기여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잘린 것을 제외하면 – 민폐를 끼친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그 이중적인 경계 사이를 계속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조양호를 칭찬하는 일색의 기사를 쏟아내는 경제지의 의도적인 여론에도, 한진칼 급상승으로 조양호의 죽음을 기뻐한(?) 주식 시장의 모습 어느 쪽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30여일 전에 한 번 명하시면 숨을 멈출 수 밖에 없는, 흙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이 무엇인지 상기 받았던 재의 수요일, 그리고 그 예식이 상기하는 ‘인생의 운명’을 기억한다. 그러므로 그의 죽음을 추모한다. 그의 뛰어남이, 비난받을 추악함이 무엇이었던 간에, 그도 인간이었고, 그도 사람이었다. 그간의 고단함을 벗고, 편히 쉬기를 기도한다.

“인생아, 기억하라. 그대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하나님, 별세한 조양호 회장이 당신의 은총으로 평안히 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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